핀란드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소고기 무국을 먹는다고?
- Hayun Bae
- 2018년 2월 6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18년 7월 25일
핀란드인 튜터 덕분에 핀란드식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겼던 하루!
지금부터 자세히 알아볼까요 :)

유바스큘라 대학의 장점 중 하나는 교환학생들을 현지 핀란드 학생들과 맺어 주어, 현지 적응 을 돕고 문화를 체험할 수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내 튜터는 이화여대에서 교환학생 경험이 있고,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 꿈인 핀란드 학생 '카트리(Katri)'였다.
공교롭게도 카트리의 튜티들은 대부분 한국인과 일본인이었다. 카트리는 교환학생들이 모두 고국으로 돌아가기전에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어 핀란드식으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크리스마스 파티 날짜는 11월 말로 정해졌다.
장소는 유바스큘라에 있는 카트리의 부모님 댁이었다.
카트리의 집 입구부터 크리스마스 조명으로 반짝반짝하게 빛나서 너무 설레었다.

집안 곳곳은 여러가지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다. 정말 작은 미니어쳐부터 커다란 별모양의 조명까지 다채로웠다. 각기 다른 모양, 분위기의 장식들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때는 조화로운 것이 특징이었다. 모든 장식품들이 크리스마스임을 다시금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부엌에는 카트리가 직접 종이를 잘라 만든 눈송이들과 카트리가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했을 때 기념품으로 사온 한국 전통 인형 장식품도 놓여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의 인테리어였다.

핀란드의 크리스마스 가정식이 제일 기대가 되었다. 우선 다양한 음식들은 부엌에 부페처럼 놓여져 있었고, 원하는 만큼 접시에 덜어먹으면 되었다. 에피타이저로는 4가지 종류의 치즈와 빵이 있었고, 색 조합이 정말 좋게 스타일링된 샐러드가 있었다. 야채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플레이팅을 위해, 다양한 색감들이 내 미각을 자극했기에 나도모르게 샐러드를 담고 있었다.

핀란드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저녁으로 다진 당근 요리를 먹는 것이 전통이라고 한다. 당근을 좋아하지 않지만, 핀란드식 다진 당근요리는 정말 레시피가 궁금할 정도로 내 취향 저격이었다. 잘게 다져진 당근 요리는 흡사 당근 파이를 먹는 것 같은 식감을 지녔다. 겉은 약간 빵같이 오븐에 구워진 식감이라면 속은 크림을 섞은 듯 부드러웠다.
내가 맛을 보고 가장 놀랐던 음식은 사진에서 종이컵에 담겨 있는 스튜이다. 흡사 한국 음식 중 소고기 무국 또는 갈비탕으로 착각할 만큼 유사한 맛을 지녔다. 핀란드와 한국은 직항 비행기로도 9시간 정도 걸리는 멀리 떨어진 나라이지만 유사한 음식이 있다는 신기했다. 가끔씩 핀란드와 한국의 역사, 민족 정서 등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비슷한 음식이 있었다니! 핀란드식 크리스마스 저녁식사는 너무 맛있어서 모든 메뉴를 두 세 그릇 씩 먹었다.
추운 날씨에 포근한 집안에서 사랑하는 친구들과 핀란드 가정식을 먹으니 잠이 솔솔 오고 너무 행복했다.

모두가 배불러 죽을 것 같다는 소리가 나올 때 즈음 디저트가 탁자 위로 등장했다. 카트리가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만들어 두었다는 귀여운 롤케이크였다. 센스있게 핀란드 국기로 데코하여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마트를 가보면 알겠지만 핀란드는 정말 베이킹하기 좋은 나라이다. 베이킹은 귀찮고 손이 많이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나조차 일주일에 한 번씩은 다양한 종류의 파이를 구워내고, 페스츄리를 굽고 쿠키를 만들었다. 핀란드에서 베이킹을 많이 하게 된 이유 중에는 핀란드 물가가 비싸 빵을 잘 안 사 먹게 된다는 점도 있지만 베이킹을 위한 재료들이 너무나 간편하게 잘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파이를 만들 때는 마트에서 파는 파이 시트지, 베리, 생크림 정도만 사도 베리 파이를 완성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파이 시트지나 베이킹 반죽을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가 없어 아쉽다.

재미있는 크리스마스 전통 중 하나로 진저브레드 데코하기가 있다고 한다. 미리 구워진 진저브레드에 설탕 펜과 다양한 식용 장식들을 이용해서 창의적으로 꾸미면 되는 것이다. 이 중 몇개는 기념으로 가져가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먹기도 하고, 트리에 걸기도 하였다.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마음껏 먹고 꾸몄다. 사실 맛은 계속 먹으면 너무 달아서 질리는 맛이었지만 (위에 데코를 하면 더 달아진다..) 내가 꾸몄다고 생각하니 더 맛있었다.

핀란드 지도 모양의 쿠키에다가 젤리로 각 도시들을 표현해보았다. 내가 살고 있는 유바스큘라는 특별하니까 다른젤리보다 더 큰 핑크색 젤리를 사용했고 내가 직접 가본 도시인 헬싱키, 탐페레, 라플란드는 또 다른 특징을 주어 완성하였다. 나름 나만의 기준이 들어간 핀란드 모양 진저브레드이다 하하!

한 학기 동안 카트리 덕분에 핀란드에 대해 더 알아가고 핀란드 문화에 빠져들 수 있었다. 카트리와 함께 숲에서 베리따기, 야외 바베큐, 사우나, 레이져 슈팅게임장 등등 너무나도 많은 추억을 쌓았다. 사실 친구들을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고 통역하느라 고생이 많았을텐데 항상 즐거운 모습으로 함께 즐겨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나와 몇몇의 친구들은 이런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우리의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서 깜짝 롤링페이퍼와 카트리가 평소 가지고 싶어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선물했다.
이렇게 11월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마무리가 되었다. 사실 이번 파티는 모두가 본국에 돌아가기 직전에 열린 파티라 이렇게 다같이 볼 수 있는 기회는 어찌보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 모두 다른 곳에서 온, 다른 배경을 가진 친구들이 핀란드 유바스큘라에서 이렇게 만난 것도 정말 운명이지 싶다. 진짜 크리스마스 날에도 아직 유럽에 있어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런 카트리의 초대가 너무 고마웠다. 풍성한 음식과 친구들간의 끈끈한 우정으로 더욱 포근한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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